헤드윅(Hedwid and the Angry Inch, 2001) [1/3]

Etc.../movie | 2006. 10. 10. 03:28
Posted by oveRock
만약 당신이 다음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감히 단언컨대 이 영화를 여태 보지 않았다는 것은 죄다.
1. 한때 락 음악에 미쳐 귀가 멍멍할 정도로 볼륨을 올린 채 정신나간 사람마냥 싱어롱을 했거나, 죽어라 밴드 생활을 해 본적이 있다.
2. 동창 모임이나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는 버스에서, 문득 웬지 모를 외로움이나 아쉬움을 진하게 느껴본 적이 있다.
3.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랑에 마음 속으로 울어본 적이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헤드윅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느냐?'
그렇다. 헤드윅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여태 안본 언니옵빠들 자수하고 한대씩 맞자(!)


존 카메론 미첼 감독과 딴따라인 스티븐 트래스크의 비행기 대담(?)을 통해 시작되고 뮤지컬로 출발한 Hedwig and the Angry Inch(이하 헤드윅). 미국에서 엄청난 돌풍을 불러일으키며 속칭 '헤드헤즈'라고 불리우는 빠순이 집단까지 낳게 된다. 2001년에는 영화화에도 성공을 거두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국내에서는 '단 3일' 개봉된 후에 대부분의 멀티플렉스에서 막을 내리는 고초를 겪었다. 그 뒤로 몇몇 매니아들에 의해 정기적으로 상영이 유지되다가, 2005년 당시 '잘나가던' 배우 조승우氏가 헤드윅 역을 맡은 뮤지컬이 국내에도 공연되면서 다시 인기를 끄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뷁!!).
영화 '헤드윅'의 특징은 대략 3가지로 분류된다(만고 내 맘대로다. 따지지말자. 아니꼬운 분들을 위해 브라우저는 '뒤로'라는 버튼까지 배려해놓았다).

1 컬트 무비다
컬트 영화의 기준이 '럭키 호려 픽쳐 쇼'를 향해 튜닝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언뜻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헤드윅은 엄연히 컬트 영화다.
헤드윅의 컬트성은 뮤지컬때부터 이미 시작이 되었는데, 헤드헤즈들이 헤드윅의 '파라 포셋 가발'을 쓰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은 예사고, 뮤지컬을 무려 500번 넘게 관람한 매니아까지 있다고 하니, 헤드윅은 그 자체로 문화를 형성한 셈이다(물론, 이는 뮤지컬 '헤드윅'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헤드윅 자체가 갖는 무겁고도 날이 선 주제의식이 더 큰 몫을 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주 금요일마다 헤드윅 정기 상영을 한 미로스페이스 소극장에서는 'Wig in the Box'가 흘러나올 때쯤 팝콘을 던지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던 민간인(?)들이 기겁을 하거나 불쾌해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

문제의 발광 포인트?!



2. 퀴어 무비다.
주인공 헤드윅은 동성애자다(영화 내에서는 아버지의 성적 학대에 의해 동성애적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고 암시하고 있다). 뭐 지금이야 '남의 왕자'같은 영화가 국내에서 아무런 거부감없이 수용되고 있지만, 헤드윅이 국내 개봉된 2002년 당시만 해도 '씨발~ 나는 그런 호모새끼 나오는 영화 안봐!!'라고 절규를 하며 고개를 돌려버린 사람도 꽤나 많았다. 어찌보면 그런 점이 헤드윅을 더욱 매니악한 영화로 만들어버린 걸지도 모르고... 또한 당시 헤드윅 팬까페에서는 '미첼 감독이 실제로 동성애자라는데 사실인가요?' '설마 그럴리가요 ㅠㅠ 절대 그러면 안되는뎅...'류의 유치찬란한 질답이 종종 오가기도 했다(그 분들에게는 상당히 실망스런 소식이겠지만,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당당히 커밍아웃까지 선언한 동성애자가 맞다).
비록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노골적인 성애 묘사는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헤드윅에서 동성애라는 요소는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축이 된다.

3. 뮤지컬의 형식을 빌려온 영화다.
사실 시카고나 물랑루즈 등, 뮤지컬의 형식을 차용한 영화의 예는 얼마든지 들 수도 있다. 사운드 트랙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축이 되며, 중간 중간의 내러티브는 과감한 생략을 동원하여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이 집중하지 않으면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빠뜨리기도 하고, 때로는 내용을 다시 한번 차분히 정리하기 위해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헤드윅은 그 자체가 뮤지컬에서 파생한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뮤지컬의 형태가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미첼의 코멘트에 따르면 뮤지컬을 기획했을 당시부터 이미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
하지만 헤드윅은 한발짝 더 나아간다. 영화 내에 헤드헤즈를 등장시키고, 내러티브는 콘서트장 안과 밖을 넘나든다. 조그만 바나 레스토랑에서 공연을 하면서 내뱉는 헤드윅 슈미트의 대사는, 스크린과 객석간의 벽을 조금씩 허물게끔 한다. 이미 녹화된 내용을 오차없이 스크린에 뿌려댈 뿐인데도, 영화는 어느새 인터랙티브해지고 관객은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Car Wash 이벤트. 실제 뮤지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라고 한다(!!)


4. 그러나...
하지만 영화 '헤드윅'이 정작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것은, 장르나 표현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주인공 한셀이 자신의 남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찾아간 자유, 사랑,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물음, 그리고 그 대답을 찾아 나가는 동안 그가 느끼는 상처와 아픔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 '헤드윅'의 진정한 백미이다.
헤드윅은 컬트 무비이지만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감동을 전하지는 않는다. 다만 독특한 주제 의식이나 장르 덕분에 관객들이 넘어야 할 장벽이 다소 높은 것일뿐... 헤드윅을 한번 본 사람은 대부분 '다소 어렵긴 하지만 정말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또한 퀴어 무비이지만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낸다(본인도 동성애에 대해서는 19세기적 관점을 고수하는 사람중 하나이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내가 나름대로 해석한 헤드윅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한다. 여태 헤드윅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 사실 세상에는 헤드윅을 보지 않은 사람과 아주 여러번 본 사람만이 존재할 뿐이다 :) -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포스트를 읽는 것은 여러분의 몫에 맡기도록 하겠다.

postScript)
늦었다. 그것도 한참을 늦었다(다시 말하자면, 내 머릿속에 '헤드윅'은 항상 리뷰 1순위였다).
헤드윅은 내 인생 최고의 영화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헤드윅을 그동안 리뷰하지 않은 것은, 이렇게 훌륭한 영화가 행여 나의 후진 글발에 빛을 잃게 될까 두려움이 앞선 탓이었다.
어쨌든, 작품이 작품이니만큼 이번 포스트는 3번에 나누어 올릴까 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bono.tistory.com BlogIcon bono 2006.10.10 0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만든 영화죠... OST도 한동안 기억에 남았었고요. 글 솜씨가 대단하십니다 :)

    • Favicon of https://overock.tistory.com BlogIcon oveRock 2006.10.10 05: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찬이십니다 ~_~ 제 글이 오히려 헤드윅을 깎아내릴 지경인데요 뭘 :'-(
      저는 Random-number generation(영화에서는 정규트랙이라고 보기 좀 어려운 감이 있음)을 제외한 헤드윅 OST 전 트랙을 외고 있답니다 ;)

  2. Favicon of https://bono.tistory.com BlogIcon bono 2006.10.10 06: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 한번 올려주세요 ㅎㅎ 저는 음만 희미하게 기억하고 어떤 곡이 있었는지도 몰라서요. 굉장히 슬펐다는 느낌만 ㅠ

  3. Favicon of http://6975 BlogIcon louis vuitton 2013.08.04 0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를 기울여봐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리면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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