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로스팅 - #1 개요

Kaffa/roasting | 2012. 11. 1. 17:32
Posted by oveRock

커피를 싸게 한 번 먹어보자고 시작한 로스팅이 어느 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서, 30Kg들이 생두통만 6통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커피 관련 지름의 끝은 창업이라는데, 점점 웃을 일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내 블로그가 늘 그렇듯 잠시 반짝 포스팅을 달리다 몇 년을 쉬고를 반복하는 불량 블로그인지라, 수망 로스팅 따위 진즉에 갖다버린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포스트는 수망 로스팅 관련 글만 있었던 점, 가끔 방문자가 찾아와 (고맙게도) 잘 읽었다는 소감을 남기는 점 등 때문에 송구함이 귀찮음을 잠시 넘어서는 사태가 발생하여 간만의 포스팅을 재개하게 되었다.

물론 다시 휴화산이 되는 건 필연적이므로 그러려니 하자.


로스팅은 재미있다.

빈 말이 아니고, 돈이 아까워서 로스팅을 시작했건 커피덕력을 증진할 생각으로 시작했건간에 한 번 잡으면 한동안은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양을 한참 넘어난 로스팅을 해대는 통에 주변 사람들에게 콩을 뿌리고 다니게 된다.

하지만 수망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홈 로스팅의 원래 의도가 자기만의 신선한 커피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면 필히 다음과 같은 한계에 부딛히게 된다.

  • 힘들다. 너~어무 힘들다.
  • 한 번에 많은 양을 볶을 수 없다.
  • 균일성 및 재현성이 약하다.
  • 직화를 하므로 바디가 다소 거칠다.


여기서 여러분은 선택을 내려야 한다. 만약 홈 로스팅의 처음 의도가 원가 절감이었고, 이제서야 의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면 수망 로스팅이나 오븐 메소드로도 충분하다. 간단히 예를 들면 한식 명인이 최고급 설비와 재료를 동원해 만든, 한나절이 지난 만찬을 먹을지 집에서 간단히 만든 식사를 할지의 문제나 마찬가지다. 홈 로스팅의 이점인 신선함과 저렴한 가격은 이미 충족했기에, 굳이 다음 단계로 나갈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 내는 맛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 자금이 약간 깨져도 상관없다면 드럼 로스터에 도전할 수 있다.


몇몇 메이커에서 홈 로스팅용 드럼 로스터를 판매한다. 또한 동호인들 사이에서 자작 로스터 제작이 활발하므로, 제작을 의뢰하거나 하는 방법도 있다. 적게는 십만원 내외에서 많게는 백만원을 넘는 것까지, 들어가는 부품이나 퀄리티도 제각각이다.

여기서 의문 :


저 로스터기로 상업용 로스터의 퀄리티를 낼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기도 하고 동시에 '아니다'이기도 하다.

일단, 상업용 로스터와 가정용 로스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퀄리티가 아닌 생산성이다. 이는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과 상업용 머신의 차이점과도 같다.

  •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콩을 볶을 수 있는가?
  • 몇연속 배치를 쉬지 않고 돌릴 수 있는가?
  • 냉각 및 소분을 위한 공간 설계는 충분히 고려되었는가?
  • 재현성이 좋은가?
이런 차이점이 기십만원짜리 가정용 로스터와 크고 아름다운 상업기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퀄리티는? 가정용 홈 로스터기는 수망에 비해 상업기에 훨씬 근접한 품질의 원두를 뽑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상업기는 품질을 위한 많은 편의기능을 겸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여열 확보를 위한 두꺼운 드럼, 신뢰성 있는 미압계, 강력한 성능의 댐퍼, 심지어는 로스팅 프로파일을 기억해서 재현성을 높이는 알고리즘까지...
정리하자면 가정용 로스터로 상업기에 버금가는 품질을 내려면 상업기에 비해 더 신경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로스팅은 사람이 하지, 기계가 해 주는게 아님을 명심하자.

가정용 로스터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하자.
  • 전기식 vs. 가스식 - 개인적으로 전기식 열원은 비추천한다. 핫탑 계열의 로스터나 제네까페 로스터가 대표적인데, 간편하지만 향미가 떨어진다. 가격이나 운용 비용도 비싸다. 이후에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 직화식 vs. 밀폐식 - 상업기에서 흔히 말하는 직화식과 반열풍식에 대충 비슷하게 매칭된다. 맛에서 장단점이 뚜렷하므로 진중하게 선택하자. 깔끔한 맛을 원하면 밀폐형이 낫고, 다소 복잡하고 개성있는 맛을 원하면 직화식이 낫다. 운용은 직화식이 약간 더 직관적인 편이다.
  • 자동 교반 vs. 수동 교반 - 자동 교반이라고 해서 사람이 가만히 놀고 있어도 되는 건 아니니 명심하자. 쓸데없는 정력 낭비를 막는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직접 드럼을 돌리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싶어할지도 모르니 역시 취향.
  • 댐퍼, 혹은 사이클론 - 상업기만큼 강력하진 않아도 자작으로 제작, 판매되는 댐퍼가 있다. (어떤 자작 로스터에는 올인원 탑재되기도 함) 댐퍼나 사이클론은 집 안에 연기가 가득 찬다거나 가스렌지 아래 채프가 수두룩 쌓이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외에도, 밀폐식 로스터기에서 어느 정도 개성 표현을 용이하게 한다. 여유가 되면 고려해 보자.
  • 하우징 여부 - 회전되는 드럼을 감싸는 하우징이 있으면 열효율도 높아질 뿐 아니라, 재현성이 좋아진다. 그 이유는 추후 설명
  • 온도계, 탐침봉 등등 - 다 있으면 편하고 없으면 불편한 것들이다.

일단 이번 연재는 수망 로스팅 경험이 어느 정도 있고, 간단한 로스팅 용어를 이해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전기식 로스터는 배제하고(사실 쓸 게 없다. 그냥 생두 넣고 버튼 누르고 기다렸다 빼면 되는건데...) 화력을 열원으로 사용하는 드럼 로스터의 운용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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