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1.22 | 常念

常念

Etc.../idle talk | 2011. 1. 22. 17:13
Posted by oveRock

1.
이적의 어머니 박혜란씨는 여성학자로서 사회적으로 위너임과 동시에, 자식들을 모두 소위 엄친아로 키워낸, 가계적으로도 위너의 위엄을 달성하였다. 박혜란씨는 물론 그의 아들인 이적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리정돈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너무 깔끔한 정리는 자녀들에게 정답만을 강요해 창의력을 떨어뜨린다는 본인의 확고한 철학에 의거한 것이다. 실제로도 정리정돈에 지나치게 민감한 사람은 비단 방 청소뿐 아니라 업무, 대인관계, 나아가 인생관 전체에 자신만의 확고한 정답이 있고  그것을 벗어난 다형성은 오답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인다.

2.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차붐, 차범근씨는 현역시절 그야말로 한민족의 자긍심이었을뿐 아니라 그가 현역시절 활동했던 독일에서조차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명성과 다르게 감독으로서는 다소 의아한 성적을 기록했는데, 여기에 대해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훌륭한 선수는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없다'. 본인의 감각이나 피지컬로 안 될 것이 없는 뻔한 전술이 선수들 입장에서는 너무 벅찬 장벽으로 다가온다는 것. 한마디로 그의 높은 이상과 이에 따라오지 못하는 선수들간의 갭을 메워 줄 좋은 조력자(코치)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역으로(논리적으로 역은 항상 참이 될 수 없지만), 현역시절 별볼 일 없던 거스 히딩크가 감독으로서는 전설급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도 심증적으로 이러한 주장을 뒷바침한다.

3.
재미있는 건, 2와 같은 사례가 비단 스포츠판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무자 시절 뛰어난 인스펙트와 추진력을 겸비해 모든 관리자가 자기 휘하로 두고 싶어하던 바로 그 직원이, 관리자가 되면 현역 시절과는 딴판의 모습을 보일 때가 있더라는 것. 자기 생각에는 이게 답인데, 이대로만 진행하면 필히 성공하는데 멤버들이 따라와주질 못한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본인이 거느리는 멤버의 역량이 모자르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저주받은 능력을 지닌 멤버들과 그러한 멤버들만 골라서 팀을 구성해 준 회사를 동시에 원망한다. 하지만 팀원의 입장은 어떨까? 일을 안 하면 안 한다고 욕먹고, 하고 나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욕을 먹는 환경 아래에서 일신의 보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최대한 겉으로 바쁜 척 하면서 팀장이 원하는 지시사항이 최고 레벨로 구체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뿐이다. 아, 물론 말 안해도 척척 알아서 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만, 그런 멤버들로 구성된 팀에 리더가 필요한가? 그런 팀은 동네 아저씨가 사타구니 북북 긁어가며 일을 해도 알아서 돌아가게 마련이다. 실무자가 꿈꾸는 완벽한 근무 여건이 존재할 확률만큼만 그런 팀 역시 존재한다.

4.
결국 남는 것은 잘 정돈된 모델하우스처럼 딱딱하게 굳어 더 이상 어떤 오류나 흠집도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사고의 프레임과 더불어 이러한 프레임을 찬양하는 아첨꾼들 뿐. 열악하다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기에는 시간과 기회가 너무 적다.

references:
박혜란 저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위키백과 [차범근]
톰 드마르코 저 [Slack]

댓글을 달아 주세요

블로그 이미지

oveRock

(life) = ∫(decision)dt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9)
Kaffa (13)
Muzik (18)
Skeptic (4)
Foto (10)
0 | 1 (16)
Etc...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