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Hedwid and the Angry Inch, 2001) [2/3]

Etc.../movie | 2006. 11. 18. 03:21
Posted by oveRock

전편의 포스팅에 이어, 이번에는 헤드윅의 스토리를 시간 순으로 풀어볼까 한다.
사실, 영화 헤드윅을 단 한번에 이해한다는 것은 많이 힘들다. 그래서 헤드윅은 한번, 또 한번을 더 보게 하는 중독성을 지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헤드윅을 아직 보지 않았거나(아니, 지난번 포스팅을 통해 그리 강조했음에도 아직 보지 않은 방문자는 반성 좀 하십시오. 괜시리 무드메이킹용 영화 골라서 여자친구랑 희득거리면서 비디오방 들어가지 마시구요, 응?!!), 보긴 봤지만 나름대로 자신만의 해석을 내리고 싶다는 분들은 열람을 자제해주셨으면 한다.


주인공인 한셀 슈미트(Hansel Schmidt)는 동베를린에서 태어났다. 미군이었던 한셀의 아버지는 한셀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이후 한셀은 어머니인 헤드윅 슈미트(Hedwig Schmidt)와 함께 살게 된다. 아버지의 학대에 대한 상처 때문이었을까, 유난히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한셀의 유일한 낙이라면 즐거움이라면 라디오 전파를 통해 접하는 음악 뿐...
이후 한셀은 대학생이 되도록 연애 한번 해보지 않고, 라디오를 통해서나 접하는 막연한 자유에 대한 동경을 안은채로 청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또래 남자는 물론, 웬만한 계집아이보다도 더 곱상한 외모를 가진 한셀에게 나타난 것은 역시 미군인 루터 로빈슨....

이런 표정의 인물은 원래 위험한겁니다 :-P 조심하세요

로빈슨의 구애에 한셀은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로빈슨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와 결혼하면 지긋지긋한 동독 땅에서 벗어나 그토록 꿈꾸던 자유가 있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는 생각에... 하지만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미국에서 남-남 커플의 결혼이 녹녹할 리가 없었고, 이에 한셀은 성전환 수술을 결심하게 된다.

알고 봤더니 불법시술을 경고하는 공익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야매(?) 수술의 실패의 댓가로, 헤드윅에게는 여성의 가슴과 질 대신에 사타구니에 흉칙한 1인치의 살덩어리만을 남기게 된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한셀은 어머니의 여권을 위조해서 헤드윅이라는 이름을 안고 꿈에도 그리던 자유의 땅, 미국으로 향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헤드윅 슈미트를 기다리는 것은 그가 꿈꾸던 자유가 아닌 로빈슨의 배신과 막막해진 생활 뿐... 설상가상으로 고향인 동베를린은 통일이 되어, 그가 종종 나체로 선탠을 즐겼던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는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게 된다. 졸지에 모든 것을 잃은 헤드윅은 미군부대 근처의 컨테이너 촌에 머물며 보모나 남창 등을 하며 근근이 생활하던 중, 가정부로 일하던 집의 차남인 토미 스펙(Tommy Speck)과 조우하게 된다.

다소 민망한 첫 만남이라고 생각됩니다만 :-P

이후 둘은 사랑에 빠지고, 한참 반항심어린 나이의 토미 스펙은 헤드윅에게서 락 발성을 훈련받는다. 6개월간의 훈련이 끝난 뒤 헤드윅은 토미에게 '스펙' 대신 '노시스(Gnosis : 그리스어로 지식이라는 뜻)'라는 성을 준다. 그리고 2인조 락 밴드로서, 헤드윅은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맛본다.
하지만 토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헤드윅을 점점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 헤드윅을 떠나버린다. 더욱 나쁜 일은, 헤드윅이 작곡한 곡들을 토미가 크게 히트를 쳐서 엄청난 락 스타로 떠버리게 된 것이다. 두 번이나 상처받은 헤드윅에게 남은 것은 일 인치의 살덩어리와 피맺힌 배신감 뿐, 그는 불법 이민자들을 주축으로 하여 '헤드윅과 성난 1인치(Hedwig and the Angry Inch)'라는 밴드를 조직하고, 토미의 매 공연 때마다 근처의 작은 술집이나 클럽 등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벌인다.
하지만 헤드윅의 지나친 집착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더 큰 생채기만을 낼 뿐이었다. 토미를 끈질기게 스토킹하는 그에 대한 여론의 눈길은 그리 곱지 않고, 밴드 멤버들의 비자를 손에 쥔 그는 독단적이고 신경질적인 태도로 그들을 괴롭힌다. 특히 코러스 보컬이자 헤드윅의 정부인 이치학에게는 더더욱 그러했는데, 견디다 못한 이치학은 밴드 탈퇴를 선언하고 RENT라는 락 뮤지컬 밴드를 떠나고자 한다. 이에 격분한 헤드윅은 이치학의 비자를 갈갈이 찢어버리고, 다른 밴드 멤버들과도 멀어지게 된다.
다시금 어두컴컴한 뒷골목에 남창 일을 하러 나오게 된 헤드윅.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문군... 아니 토미 노시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토미의 말에, 한편으로는 분노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받아들이는 헤드윅. 하지만 무르익는 분위기 탓이었을까... 운전 중 부주의로 토미의 차는 가로지르던 트럭을 들이받고, 결국 토미와 헤드윅의 스캔들은 기정사실화된다. 경악스러운 사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진심으로 헤드윅을 원하던 눈길을 보냈던 토미가 '난 그가 남자인줄도 몰랐다'며 발뺌하는 것. 결국, 토미는 헤드윅을 회유하여 스캔들을 덮어버릴 작정이었던 것이다.
순간의 교통사고로 졸지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지만, 이미 찢기다못해 너덜너덜해져버린 헤드윅은 그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게 된다. 유래없이 많은 수의 관중들 앞에 다시 서게 되었지만, 그들에게 헤드윅은 단순한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았고, 헤드윅은 공연 중 그의 가발과 브라 속의 토마토를 꺼내어 집어 던져 버리고는 공연장을 뛰쳐나간다.
그러한 헤드윅에게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해 주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큰 상처를 입혔던 토미 노시스. 여태 헤드윅의 노래를 베껴가기만 했던 그는, 헤드윅이 그에게 프로포즈하며 불러주었던 노래인 'Wicked Little Town'을 다른 버전의 가사로 불러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잃어버린 자신의 절반을 찾아 그토록 헤매던 헤드윅은, 마침내 자신 스스로가 완전한 하나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헤드윅은 그의 남편이었던 이치학에게 자유를 허락한다. 늘 여자이기를 원했던 이치학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여자가 되고, 헤드윅은 더이상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인 채로 영화는 끝이 난다.


마지막이 될 다음 번 포스팅에서는 영화 '헤드윅'에서 가장 논란의 쟁점이 되는 장면들을 되돌아 보고, 본인의 해석을 곁들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덧붙여, 몇몇 트랙의 OST 역시 링크할 계획 ;)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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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Hedwid and the Angry Inch, 2001) [1/3]

Etc.../movie | 2006. 10. 10. 03:28
Posted by oveRock
만약 당신이 다음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감히 단언컨대 이 영화를 여태 보지 않았다는 것은 죄다.
1. 한때 락 음악에 미쳐 귀가 멍멍할 정도로 볼륨을 올린 채 정신나간 사람마냥 싱어롱을 했거나, 죽어라 밴드 생활을 해 본적이 있다.
2. 동창 모임이나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는 버스에서, 문득 웬지 모를 외로움이나 아쉬움을 진하게 느껴본 적이 있다.
3.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랑에 마음 속으로 울어본 적이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헤드윅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느냐?'
그렇다. 헤드윅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여태 안본 언니옵빠들 자수하고 한대씩 맞자(!)


존 카메론 미첼 감독과 딴따라인 스티븐 트래스크의 비행기 대담(?)을 통해 시작되고 뮤지컬로 출발한 Hedwig and the Angry Inch(이하 헤드윅). 미국에서 엄청난 돌풍을 불러일으키며 속칭 '헤드헤즈'라고 불리우는 빠순이 집단까지 낳게 된다. 2001년에는 영화화에도 성공을 거두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국내에서는 '단 3일' 개봉된 후에 대부분의 멀티플렉스에서 막을 내리는 고초를 겪었다. 그 뒤로 몇몇 매니아들에 의해 정기적으로 상영이 유지되다가, 2005년 당시 '잘나가던' 배우 조승우氏가 헤드윅 역을 맡은 뮤지컬이 국내에도 공연되면서 다시 인기를 끄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뷁!!).
영화 '헤드윅'의 특징은 대략 3가지로 분류된다(만고 내 맘대로다. 따지지말자. 아니꼬운 분들을 위해 브라우저는 '뒤로'라는 버튼까지 배려해놓았다).

1 컬트 무비다
컬트 영화의 기준이 '럭키 호려 픽쳐 쇼'를 향해 튜닝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언뜻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헤드윅은 엄연히 컬트 영화다.
헤드윅의 컬트성은 뮤지컬때부터 이미 시작이 되었는데, 헤드헤즈들이 헤드윅의 '파라 포셋 가발'을 쓰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은 예사고, 뮤지컬을 무려 500번 넘게 관람한 매니아까지 있다고 하니, 헤드윅은 그 자체로 문화를 형성한 셈이다(물론, 이는 뮤지컬 '헤드윅'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헤드윅 자체가 갖는 무겁고도 날이 선 주제의식이 더 큰 몫을 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주 금요일마다 헤드윅 정기 상영을 한 미로스페이스 소극장에서는 'Wig in the Box'가 흘러나올 때쯤 팝콘을 던지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던 민간인(?)들이 기겁을 하거나 불쾌해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

문제의 발광 포인트?!



2. 퀴어 무비다.
주인공 헤드윅은 동성애자다(영화 내에서는 아버지의 성적 학대에 의해 동성애적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고 암시하고 있다). 뭐 지금이야 '남의 왕자'같은 영화가 국내에서 아무런 거부감없이 수용되고 있지만, 헤드윅이 국내 개봉된 2002년 당시만 해도 '씨발~ 나는 그런 호모새끼 나오는 영화 안봐!!'라고 절규를 하며 고개를 돌려버린 사람도 꽤나 많았다. 어찌보면 그런 점이 헤드윅을 더욱 매니악한 영화로 만들어버린 걸지도 모르고... 또한 당시 헤드윅 팬까페에서는 '미첼 감독이 실제로 동성애자라는데 사실인가요?' '설마 그럴리가요 ㅠㅠ 절대 그러면 안되는뎅...'류의 유치찬란한 질답이 종종 오가기도 했다(그 분들에게는 상당히 실망스런 소식이겠지만,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당당히 커밍아웃까지 선언한 동성애자가 맞다).
비록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노골적인 성애 묘사는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헤드윅에서 동성애라는 요소는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축이 된다.

3. 뮤지컬의 형식을 빌려온 영화다.
사실 시카고나 물랑루즈 등, 뮤지컬의 형식을 차용한 영화의 예는 얼마든지 들 수도 있다. 사운드 트랙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축이 되며, 중간 중간의 내러티브는 과감한 생략을 동원하여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이 집중하지 않으면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빠뜨리기도 하고, 때로는 내용을 다시 한번 차분히 정리하기 위해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헤드윅은 그 자체가 뮤지컬에서 파생한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뮤지컬의 형태가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미첼의 코멘트에 따르면 뮤지컬을 기획했을 당시부터 이미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
하지만 헤드윅은 한발짝 더 나아간다. 영화 내에 헤드헤즈를 등장시키고, 내러티브는 콘서트장 안과 밖을 넘나든다. 조그만 바나 레스토랑에서 공연을 하면서 내뱉는 헤드윅 슈미트의 대사는, 스크린과 객석간의 벽을 조금씩 허물게끔 한다. 이미 녹화된 내용을 오차없이 스크린에 뿌려댈 뿐인데도, 영화는 어느새 인터랙티브해지고 관객은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Car Wash 이벤트. 실제 뮤지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라고 한다(!!)


4. 그러나...
하지만 영화 '헤드윅'이 정작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것은, 장르나 표현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주인공 한셀이 자신의 남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찾아간 자유, 사랑,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물음, 그리고 그 대답을 찾아 나가는 동안 그가 느끼는 상처와 아픔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 '헤드윅'의 진정한 백미이다.
헤드윅은 컬트 무비이지만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감동을 전하지는 않는다. 다만 독특한 주제 의식이나 장르 덕분에 관객들이 넘어야 할 장벽이 다소 높은 것일뿐... 헤드윅을 한번 본 사람은 대부분 '다소 어렵긴 하지만 정말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또한 퀴어 무비이지만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낸다(본인도 동성애에 대해서는 19세기적 관점을 고수하는 사람중 하나이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내가 나름대로 해석한 헤드윅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한다. 여태 헤드윅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 사실 세상에는 헤드윅을 보지 않은 사람과 아주 여러번 본 사람만이 존재할 뿐이다 :) -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포스트를 읽는 것은 여러분의 몫에 맡기도록 하겠다.

postScript)
늦었다. 그것도 한참을 늦었다(다시 말하자면, 내 머릿속에 '헤드윅'은 항상 리뷰 1순위였다).
헤드윅은 내 인생 최고의 영화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헤드윅을 그동안 리뷰하지 않은 것은, 이렇게 훌륭한 영화가 행여 나의 후진 글발에 빛을 잃게 될까 두려움이 앞선 탓이었다.
어쨌든, 작품이 작품이니만큼 이번 포스트는 3번에 나누어 올릴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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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ono.tistory.com BlogIcon bono 2006.10.10 0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만든 영화죠... OST도 한동안 기억에 남았었고요. 글 솜씨가 대단하십니다 :)

    • Favicon of https://overock.tistory.com BlogIcon oveRock 2006.10.10 05: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찬이십니다 ~_~ 제 글이 오히려 헤드윅을 깎아내릴 지경인데요 뭘 :'-(
      저는 Random-number generation(영화에서는 정규트랙이라고 보기 좀 어려운 감이 있음)을 제외한 헤드윅 OST 전 트랙을 외고 있답니다 ;)

  2. Favicon of https://bono.tistory.com BlogIcon bono 2006.10.10 06: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 한번 올려주세요 ㅎㅎ 저는 음만 희미하게 기억하고 어떤 곡이 있었는지도 몰라서요. 굉장히 슬펐다는 느낌만 ㅠ

  3. Favicon of http://6975 BlogIcon louis vuitton 2013.08.04 0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를 기울여봐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리면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스윙 걸즈(スウィングガ-ルズ, 2004)

Etc.../movie | 2006. 4. 22. 02:15
Posted by oveRock
음악은 신기한 힘을 지니고 있다.
때론 어느 선동가의 연설보다 힘있는 설득이 되기도 하며, 병든 마음을 달래기도 하는 것이, 이것이 악마의 선물인지 신의 은총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성경 속에는 악령에 들어 미쳐버린 사울을 다윗이 음악으로 치료하는 장면이 나온다. 즉, 음악테라피는 고대로부터 있었다는 소리다.

각설하고, 올해 초 국내에 개봉되었던 '스윙 걸즈'는 재기발랄한 여고생들의 배고픈 음악여정 이야기이다.

때는 무더위가 푹푹 찌는 어느 여름 방학의 보충수업시간. 산만한 분위기의 수업 현장과 더불어 영화는 시작된다.

장차 빅 밴드 멤버가 될 수학반 여고생들...


보충수업 수학반을 신청해 무더위와 싸우던 그녀들은, 교내 브라스밴드가 먹은 도시락을 챙겨줘야 한다는 '핑계'로 수업을 땡땡이친다. 그러나 이를 어쩌나? 그녀들이 챙겨다 준 도시락은 한여름의 높은 기온 때문에 죄다 상해버리고, 브라스밴드 멤버들은 나카무라 단 한명만을 제외하고 모두 식중독에 걸려 땅바닥을 뒹굴게 된다. 수학반 여고생들이 도시락 한 개를 까먹는 통에 도시락을 먹지 못하는 바람에 혼자 무사하게 된 나카무라... 하지만 그는 브라스밴드 내에서도 그리 존재감이 없이 탈퇴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던 소년이다.

나카무라. 원래 건반을 하는 애가 심벌을 하고 있으니 흥이 안날수밖에...


당시 브라스밴드는 교내 야구부의 전국야구시합을 응원하던 중이어서, 남은 경기를 브라스밴드 없이 해야 하는 위기를 맞게 되고, 다급해진 나까무라는 수학반 아이들에게 '도시락 변질 책임'을 물으며 밴드를 급조할 것을 종용한다. 거기에 락 밴드를 하던 날라리 소녀 두 명까지 가세... 도저히 브라스밴드를 만들 규모도, 실력도 안되는 암담한 상황에서 나까무라는 빅 밴드 그룹을 만들어 볼 것을 제의한다.
잠깐, 빅 밴드란?
빅 밴드(Big Band)는 20세기 초반 미국 대중 음악을 휩쓸었던 대규모의 재즈 밴드를 통칭하는 말이다. 보통 5개의 색소폰, 3~4개의 트럼펫, 역시 3~4개의 트롬본이 선율을 주도하는 가운데 피아노, 베이스, 기타, 드럼이 반주를 한다. (출처 : 안양문화회관)

그리고 이어지는 강도높은 훈련... 브라스를 연주하기 위해선 큰 폐활량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솔직히 옥의 티를 잡자면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무리한 운동을 하면 폐가 상해서 오히려 연주에 해롭다는 점일까나?

아무튼, 어쩔 수 없이 끌려들었다가 간신히 한 곡을 맞춰보게 된 스윙걸즈. 하지만 브라스밴드가 전부 퇴원을 하는 바람에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그렇게 여름 방학은 끝나게 되고...

그들은 이렇게 음악을 포기하는가 싶었다...


한여름의 추억이라고 하기엔 그들의 경험이 너무 컸던 탓일까... 그녀들은 이미 탈퇴한 나카무라와 더불어 다시 빅 밴드를 구성하기로 마음먹는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통틀어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의 잼.<br />밴드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 열정이 얼마나 사무치는지 동감할듯...


하지만 문제는 돈!! 하루 오이 세 개만 먹고 연습했다던 전설의 락커처럼, 그녀들은 알바를 해서 중고 악기라도 사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러나 '나쁜 애들은 아니고 단지 생각이 없을 뿐...'이라는 수학 선생님의 말처럼, 그녀들의 무개념한 행동은 곧 당일퇴출이라는 불명예로 이어진다.

할인마트에서 웬 불쑈를?


그리고 현실에 지친 벽을 뒤로 하고 언제나 그랬듯 흩어지는 그녀들... 남은 것은 나카무라와 색소폰의 토모코, 트럼펫의 요시에, 트럼본의 세키구치, 드럼의 유카리, 그리고 웬지 불길한 비쥬얼의 기타와 베이스...

뭐든 소리만 나면 되는거 아냐? (오른쪽 아가씨 내 취향 >_<)


사유지에 버섯을 따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멧돼지를 잡아 인근 마을로부터 표창을 받은 그들은, 상금을 털어 중고 악기를 구입하고, 비록 현실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재즈의 세계와 재회한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 연습을 할 곳도 마땅치 않고, 초청되어 간 곳에서의 공연은 아주 엉망. 이렇듯 절망스러운 스윙걸즈의 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아닌....

두둥.... 수학선생님!


겉으로는 꼰대같아 보이던 수학 선생님이 알고보니 재즈매니아였던 것이다. 비록 신이 버린 연주 감각으로 인해 색소포니스트로서의 꿈을 이루지 못한 그이지만, 재즈에 대해 가르쳐 달라는 아이들의 요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해 그날부터 교습소를 들락거리면서 얻은 지식으로 아이들을 조련하기 시작한다.
※ 여기서 또 잠깐! 실제 지휘자는 무시못할 연주 능력을 갖고 있어야만 멤버들을 조율할 수 있다. 자신이 지휘하는 모든 악기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으면 멤버들을 이끄는 방법이 자꾸 추상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무튼, 스윙걸즈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예전에 일하다 짤렸던 마트에서 행사 도우미로 사람들의 박수도 받는다. 자연스럽게 예전 멤버들도 다시 복귀하게 되고...

때는 어느덧 겨울이 되어 눈이 날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스윙걸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는다. 바로 '토호쿠학생음악제'에 참가하게 된것. 그들은 들뜬 마음에 데모 비디오를 찍어 본부로 보내지만, 아뿔싸... 덤벙쟁이 토모쿠가 테입을 보내는 것을 깜빡해서 선착순에서 밀리게 되고 만다. 대회장으로 가는 길에야 사실을 전해 들은 그들이 실망한 것은 당연지사.

상처받았어...


하지만 지인명대천사라고 했던가, 기회가 오게 된다. 폭설로 인해 한 팀이 불참하게 되면서 스윙걸즈가 대타출연하게 된 것! 폭설을 헤치고 부랴부랴 콘서트장에 들어온 그들은 관중의 비웃음섞인 반응을 받게 되지만, 스윙걸즈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Moonlight Serenade/Maxican Flyer/Sing Sing Sing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솔직히 달랑 6개월 연습해서 절대 이렇게 안됩니다 :( 따라하지마세요


이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나는 일본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지 않는 편인데, 뭐랄까... 캐릭터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다분한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장르가 멜로이든, 코메디이든, 에로(-_-)이든간에... 하지만 스윙걸즈는 간만에 정말 재미있게 보았는데, 아마 사무라이픽션 이래로 처음이 아닌가 싶다.
물론, 급조된 밴드 이야기 자체를 놓고 보자면 무척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긴 하다. 특히 나오미(토요시마 유카리)의 드럼 터치 같은 부분은 그 내공이 장난이 아닌데, 이는 유사한 모든 영화(시스터 액트, 워터보이즈, 쿨 러닝, 기사 윌리엄 등등...)가 가지는 설정이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다. 연주인의 입장에서, 하루 20시간씩 오이만 먹고 연습하더라도 이정도 하려면 2년은 걸린다.
그렇지만 잠시 현실적인 이야기는 잊자. 스윙걸즈는 스윙재즈가 갖는 매력을 그야말로 제대로 보여준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클라이막스의 Moonlight Serenade는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다. 송이를 따다 멧돼지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에서는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가 잔잔히 흐르는데, 영화의 전개와 매치되지 않는듯하면서도 아이러니컬하게 너무 잘 들어맞을 때의 위트란...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또한 너무 코믹 일변도로 흘러서 영화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도 최대한 자제하며(일본영화치고는 그렇단 뜻), 쓸데없는 러브스토리로 관객을 맥빠지게 하지도 않는다. 감독인 야구치 시노부는 이전에도 비슷한 플롯의 영화인 '워터보이즈'로 흥행에 성공한 적이 있긴 하지만, 스토리의 전개 방식은 확실히 스윙걸즈쪽이 한발 앞선것 같다.

피곤한 세상사에 찌들어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하는 의문이 든다면, 조명은 낮추고 볼륨은 올린 채 재즈의 선율에 몸을 맡겨 보는 건 어떨까? 마냥 발랄한 그녀들처럼, 어느새 시름은 다 잊고 감미로운 재즈의 향기에 취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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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obocho 2006.04.25 2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잼 있게 봤어요...

  2. keith 2006.05.23 0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간다 ^^ 당신의 글빨은 여전하구려~☆
    지인명대천사... 혹시 니가 비꼰게 아니라면 원래는 진인사대천명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

    • Favicon of http://www.overock.com BlogIcon oveRock 2006.05.23 2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_- 그걸 찾아내다니 뿌헐
      진을 '지'로 쓴건 오타가 맞고 '명'과 '사'가 바뀐건 코메디가 맞다 ㅎㅎ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 1997)

Etc.../movie | 2006. 4. 17. 01:50
Posted by oveRock
그동안 사진나열식 영화 리뷰를 했더니 점점 머리가 식상해지는 것 같아서 - 식상한 것은 여전하겠지만 - 좀 다른 방식으로 리뷰를 시작해볼까 한다 :)

1997년에 나온 이 영화의 제목은, 간단히 찾아본 결과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법정에서 자기쪽의 논리를 주장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 의견을 펴는 사람을 가리킨다(영화 속에서는 스토리의 핵심이 되는 컬른씨의 변호때 이 수법을 사용한다). 또다른 의미는 문자 그대로 악마의 대변인, 즉 영화 말미에서 정체가 드러나는 밀튼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던 케빈의 처지를 그대로 반영한 의미이다. (출처 : NKINO)


일단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지나칠 정도로 전형적이다. 그러나 충격적이지는 않을지언정 딱딱 맞아떨어지는 복선은 흥미로운데, 덕분에 나는 이 영화를 한번 더 감아서 보아야만 했다(러닝타임이 무려 2시간 23분... 시험기간을 코앞에 두고 뭘 어쩌잔 건지 에휴...). 케빈이 뉴욕을 향해 떠나기 전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를 갔을 때의 'Roman 16:19' 찬송이라든지, '이 모든 것이 테스트죠'라는 비서의 코멘트라든지... 트집을 잡고 보자면 약간 유치한 장치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97년에 나온 영화라는 걸 감안해 볼 때, 그리고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그리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는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영화가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모든 복선은 마치 퍼즐처럼 제 자리를 향해 맞아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진지한 사고에 별 흥미가 없는 관객이라면 조금 하품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종반부의 결말은 약간 지루한건 사실.


그보다 사실 흥미로웠던 것은, 악마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도 담담하고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악마는 결코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렇게 할지니라~ 저렇게 할지니라... 어이쿠! 그것은 절대 하지 말지니라'로 도배된 율법서와는 영 딴판이다. 그리고 그 모든 욕망의 끝이 파멸로 치달을 시점에서, 악마는 인간을 향해 비웃음을 던진다. 난 너희에게 무언가를 사주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고. 나는 무대만 꾸몄을 뿐, 각자의 연기는 각자가 스스로 한 것이라고. 그리고 원망을 하려거든 자유의지를 선물하고선 율법으로 이를 얽매는, 사디스트와 같은 신이나 원망하라며 거침없는 달변을 쏟아낸다.
게다가 케빈의 아내 메리와 케빈의 어머니는 둘 다 밀튼에게 유혹당하는 진기한 전과(?)를 남기는데, 그들의 공통적인 상황은 외로움에 지친 심신상태였단 점이다. 개인적으로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처절히 느껴본 사람이라면 아마 잘 알 것이다. 그만큼 사람이 탈선하기 쉬운 상황이 어디 흔할까? 영화 속에서 밀튼은 '허영은 내가 가장 즐기는 기호품이지'라고 말하지만, 글쎄다... 내 생각엔 고독이 한 수 위다 :-P

다소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위버 위원회(사견으로 위버는 Uber, 즉 초월자 혹은 조물주에 속한 정의의 사도와 같은 역할이라 여겨짐)'라고 언급된 요원이 밀튼에게 맥없이 당하거나 악마인 밀튼이 유유히 성당을 드나드는 장면 때문에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오히려 사실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악마는 십자가나 성수 따위를 무서워한다는 엑소시트스식 통념이야말로 악마의 가장 교묘한 함정이 아닐까 :) 결국, 이는 무능한 조물주에 대한 조롱이라기보다는 안일한 통념에 대한 장렬한 똥침 정도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

예배전 손 씻는 물을 촉매로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는 알 파치노... 아니 악마.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영화 전반에 흐르는 미국인적인 사고 방식이다.
그 첫번째로는 청교도를 뿌리로 한 미국의 고전적인 믿음의 한 흔적인데, 다소 쫀쫀하다 싶을 정도로 교회에 미쳐 있는 소박한 케빈의 어머니는 그런 청교도식 믿음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부와 명예를 향한 욕망은 결국 개인을 파멸로 이르게 한다는 생각... 꼰대같아 보이지만 이것이 진리라는 것을 역설하는 거지.
(그런데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청교도의 후예를 자처하며, WASP가 아니면 대통령으로 뽑아주지도 않는 미국은 그러나 가장 돈독이 오른 나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 모순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 건가? 하긴, 앞으로는 온갖 고상을 다 떨며 '공식적' 성범죄 2위를 굳건히 지키는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건 없다지만... 쩝)
두번째로는 유태인에 대한 무의식적인 혐오감.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모예드씨는 약간 신비주의적인 유태교에 심취한 사람이다. 그는 종교의식을 위해 염소를 도축하던 중 보건법에 관련하여 기소되는데, 사실 이 설정이 참 골때린다. 케빈은 그를 변호하여 무죄를 확정짓고, 종반에는 성당의 미사와 모예드의 의식에 하등 차이가 없다는 밀튼의 말을 빌어, 역설적으로 모예드의 의식이 상당히 악마적임을 강조한다(어이쿠, 이거야 말로 진정한 데블스 애드버킷?). 모예드는 게다가 신비한 주술을 이용하여 검사측의 입을 봉인하는 등, 시종일관 주술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다. 유태인들에 대한 근거없는 혐오감이 반영되었다고 여기는 건 너무 억지스러운 추측일까? 실제로, 프리메이슨이니 지온 프로토콜이니 하는 각종 음모론들은 근본적으로 유태인들을 겨냥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들이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일어선 미국(푸핫;; 써놓고도 우습다)을 무너뜨릴 사탄의 추종자들이라는 주장이지만, 실제로는 재주는 지네들이 넘고 돈은 유태인이 먹는다는 일종의 위기 의식의 발현이라고 생각된다. 알고보니 금고에 1500만달러나 꿍쳐두었다는 모예드처럼 말이다...

이런 구질구질한 인간이 알고보면 갑부. 믿으시겠습니까?<br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부두교에 가까운데... 영화에선 유태교임을 명시한다)


결국 영화는 원점으로 돌아가서, 케빈은 양심선언을 하고 자신의 모든 명성을 잃지만 대신 소중한 양심과 사랑하는 아내를 불행한 미래로부터 지켜낸다. 하지만 처음 장면에서 케빈을 유혹했던 기자가 다시금 케빈을 유혹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아직 파멸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사실 이 장면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다. 뭐 영화의 전체적인 진행 구조상 자연스럽기는 했지만 말이다.... 대체 어떤 부분이 심사가 뒤틀렸는고 하니, 바로 '부&명예 == 타락'이라는 청교도적인 사고 방식이 가장 극명히 드러나는 설정이었기 때문이다(뭐, 미국이 이지경으로 타락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사실 어떤 때는 동감하고 싶기도 하지만...).

탈무드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많은 사람을 실은 큰 배가 항해를 하던 도중 낯선 섬에 정박하게 된다. 물과 신선한 음식이 필요했던 사람들은 각기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배가 언제 출발할지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배 위에서 옴짝달싹도 않거나, 행여 섬에 발을 들인 사람도 섬 깊숙한 곳에는 얼씬도 않은 채 출항만 기다리다가 출항하는 날 즉시 올라타버렸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섬 여기저기를 드나들며 맛있는 과일과 신선한 물, 따사로운 햇살을 맘껏 즐긴 뒤에 제때 배로 돌아와 항해를 계속했다. 하지만 또 다른 부류는 섬의 아름다운 경치와 향기로운 음식들에 매료된 나머지 너무 지체하다가 출항할 즈음에 황급히 배에 올라타는 바람에, 크고작은 부상을 입게 되었다. 나머지는 섬의 향략에 완전히 도취되어 배가 떠나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다가, 결국 섬에 사는 맹수나 독사들에 의해 죽어갔다.

이 이야기는 인생에 관한 우화이다. 탈무드는 이 중 두 번째 부류를 가장 지혜로운 부류로 여긴다. 이 세상에서 좋은 것은 취하되 너무 심취하지 않고 적당히 즐기다가 다음 세상으로 떠나자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데블스 애드버킷이 말하는 '현명한 삶'이란 바로 첫번째 부류이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더 좋은 내세를 위한 고난'정도로 여기고 금욕만 하며 살아가는 것은, 밀튼의 말 그대로 조물주를 '새디스트'로 만드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케빈이 실수한 것은 자신의 가족과 정신적인 행복보다 출세와 부에 집착했던 것이지, 계약서에 사인한 것 자체가 실수일 수는 없는 것이다. 세계 역사를 통해, 금욕을 강조한 종교나 사회가 내면적으로는 얼마나 썩어들어갔는지 우리는 잘 안다.

현대 사회의 모럴이 회귀해야할 지향점이 있다면, 그것은 '금욕의 수도사'가 아닌 '검소한 소시민'일 뿐이다.

보너스 컷 : 뻔히 보이는 암시나 복선을 일일이 찾아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힌트 : cross)<br />그런데 DVD판에서까지 삭제라니... 정말 너무한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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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fallenangel.lovepc.net/tt BlogIcon BK 2006.04.17 0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등학교때 본 기억이 나네요.. :)
    보면서 엄청나게 불편했다는 느낌만 기억에 남아있는데...
    다른건 모르겠지만 당시 영화속 알파치노를 보면서
    나도 나중에 늙으면 저렇게 뭔가 있는 남자처럼 보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 기억이 :)

    • Favicon of http://www.overock.com BlogIcon oveRock 2006.04.17 0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알 파치노가 빠지면 이야기가 안될 영화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최고의 배역이었습니다 :)
      저야 스물여덟이나 먹고 나서 본 영화라 그런지 이런 결말에 찜찜한 느낌이 들지는 않더군요.
      뭐랄까... 그닥 고급스럽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경박하지도 않은 레스토랑에서 한 끼를 해결한듯한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이 영화를 고등학교때 보셨다면 연배가 얼추 저랑 비슷하겠네요 ;)

  2. 누구긴 2007.06.29 0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이거... 중학생 때 봤는데... 무섭고 징그러웠음... ㄷㄷㄷ;

  3. 누구긴 2007.06.29 0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키애누 리브스~ 넘 잘생겼엉~ ^ㅁ^* 따랑해~ ♡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 2004)

Etc.../movie | 2006. 4. 3. 22:48
Posted by oveRock
내가 정말정말정말 혐오하는 국산판타지문학장르의 걸작(걸레같은 작품)인 '드래곤 라자'에서는 대충 이런 말이 나온다.

'죽음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인을 떠나보내면 사람들은 그를 그리워하며 슬퍼한다. 하지만 그가 무덤에서 되살아난다면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뻐하며 그를 맞이할 것인가? 아마 정 반대일 것이다. 언데드의 힘의 원천은 바로 그것 - 공포 - 이다...'

한동안 촌스런 것으로 치부되어 한참을 출시되지 않던 '좀비 영화'가, 요 몇년새에 쏟아지듯 나왔다. 특히 '28일 후'와 같은 영화는 평론가들에게도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음... 어쨌든 이번에 내가 본 영화는 '새벽의 저주'라는 작품으로, 동명영화인 1979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뭐, 79년도 원작은 보지 못했으니 제끼고, 원제는 'Dawn of the Dead'로, '시체들의 새벽'이라고 보아야 옳겠다.

스토리에 대한 썰을 풀자면...

주인공 애나. 직업은 간호사이고 웬지 우마 서먼 삘 난다.


퇴근하고 간만에 남푠이랑 응응응도 하고 자려는데...


이랬던 어린이가 이렇게 변해서는 습격!! (문단속을 잘 합시다)


물린놈도 술래되는 건 모든 좀비 영화의 정석


어젯밤의 살정(?) 때문인지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걍 튄다.


<s>파티사냥에서 탱커와 힐러가 필수인 것처럼</s>, 생존자 명단에 정의의 사도와 수다쟁이 한명씩은 꼭 있다.


대형 쇼핑아케이드를 거점으로 '살려주셈'을 외치는 사람들을 받아들이지만...


이중에 꼭 술래 후보가 숨어 들어왔다는 뻔한 스토리... 하품 때문에 눈물 마를 틈이 없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는 현실에 그들은 괴로워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들은 곧 체스하고,


응응응도 하고(셀카까지 찍는 막나가는 커플),


골프까지 친다. 이쯤되면 여기가 천당인지 지옥인지 헷갈리기 시작


이러면 재미없으니까 다시 술래들 등장!!


이제 대량살상화기 등장해주시는 쎈스. 언데드가 불에 취약한건 만고불변의 진리(응?)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내부의 관심사병들... 꼭 저러다 술래가 되는 경향이 있다.


백화점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게 되자 탈출!! 이 와중에도 관심사병 속출로 한두명씩 나자빠진다.


몇몇 멤버들의 숭고한 희생 덕택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섬을 향해 탈출을 하는데...



이렇게 영화는 끝이 나게 되고,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보는 착한 어린이들은 같잖은 반전을 포함한 보너스 영상을 볼 수 있다.
원작이 20세기에 나온 탓일까, 아니면 좀비영화 특유의 한계인 것일까... 21세기 좀비들은 민첩성이 상향패치 된것 말고는 20세기의 좀비들과 별반 다를 것은 없는듯하다. 오히려 반복된 호러공식의 반복으로 공포영화라 하면 여친 손 꼭 잡고 덜덜덜 떨면서 보아야 하는 나조차도 별 감흥없이 혼자 골방에 처박혀 볼 수준의 영화가 되어버렸다.

뭐, 나라고 딱히 더 좋은 플롯이 떠오르는건 아니다만, 다음번에는 좀 기발한 좀비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살짝 든다. 예를 들자면, 좀비의 내면 심리에 대한 고찰을 다루는 영화라든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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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팀 버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가위손이라는 영화를 TV를 통해 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이후 팀 버튼에 관해서라면 - 팀 버튼의 모든 영화를 섭렵한 것은 아니지만 - 적어도 조니 뎁과 함께한 영화만큼은 전부 보아 왔던것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지만....


아무튼, 찰리와 초콜렛 공장은 극장에서 꼭 보고싶은 영화 1순위기이도 했는데, 내가 중학교 2학년 즈음에 동화책으로 이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었기에, 팀 버튼식 초콜렛 공장은 과연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남다른 터였다. 그렇지만 개봉 당시 빽빽거리면서 울어대는 애기들을 안고 극장을 찾은 아줌마들을 보며, 눈물을 삼키며 돌아서야만 했었다(이래서 18금 영화가 좋은거다. 므흣해서좋은게절대아니다).

자, 이제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을 가장한 조역 찰리 버킷. 순수한 영혼(개뿔)을 가진 소년이다.


그는 <s>노망난</s> 할아버지로부터 윌리 웡커에 관한 신화를 듣게 된다.


물리/화학 법칙을 깡그리 무시한 제품의 연이은 히트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형편이 어려워지자 직원을 전원 해고해버린다. (이 회사엔 노조도 없나?)


그러던 어느날 웡커는 인생역전 로또마케팅을 실시한다.


그리고 전세계의 어린이들은 상혼에 물들어간다.


인생역전에 목숨거는 녀석이 맑고 순수한 어린이라구요? 지금 장난하십니까?


'로또명당' 플랭카드 달 걸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가게아저씨.


어쨌거나, 인생 역전에 성공한 녀석들이 당당히 웡커 공장에 입성.


이들을 따스히(?) 환영하는 진짜 주인공 서태지... 아니 웡커씨.<br />알고봤더니 상상을 초월하는 악덕 기업인인데...


원주민을 납치해서 저임금에 착취를 하지 않나...


잔인한 동물학대도 서슴지 않는다!


그가 이런 악덕 기업인이 된 것은 결벽증 아버지의 탓


자기 마음에 안드는 년놈들은 다 숙청! 역시 똘아이임이 확실하다.


숙청에서 살아남아 졸지에 재벌2세가 되게 생긴 찰리.<br />이래서 어른들이 튀지말고 중간만 가라고 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찰리는 가족이 더 소중하다며 웡커를 가르치려 든다.<br />로또때문에 할아버지 쌈짓돈도 써버린 놈이 잘난척이다.


버튼형 왜이랴~? 형아는 스필버그가 아니라구 :(



이렇게, 이번 영화는 웬지 팀 버튼스럽지 않게 끝이 난다. 여태까지의 영화에서, 부모가 자식을 마치 자기 소유물인것마냥 다루어 왔다면, 당 영화에서의 아버지(윌버 웡커 / 크리스토퍼 리)는 비록 방법에 있어서는 그릇된 길을 택했을 망정, 자식을 끝까지 사랑하며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인다(순간 '팀 버튼 아저씨 이제 늙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원작 동화에서 묘사된 웡커와 영화상의 웡커가 사뭇 다르다는 점인데, 비록 괴짜이지만 소년과 같은 마음씨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유년시절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아 가족의 가치를 부정하는, 나아가서 유아기적 감성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또한 어린이들이 자신의 욕심 때문에 자멸하는 과정에서 매우 유쾌해하는 장면이나(뭐, 이건 원작이라고 해서 딱히 웡커가 그들을 애도하거나 하진 않지만), 5명의 어린이들을 맞이하는 씬에서 인형들이 불에 타서 기괴한 모습으로 녹아떨어지는 등, 웡커가 똘아이정상적인 감성을 지닌 사람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나마 팀 버튼다워서 위로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나?
(아무리 그렇다손쳐도 스필버그식 엔딩은 좀.... 음음...)

아무튼, 이번 영화는 굉장히 원작과 근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읽었던 14살적 느낌과 올해 28살인 지금의 느낌이 너무 다르다. 요즘같은 웰빙시대에 어린이의 몸과 마음을 황폐하게 하는 초콜렛이 웬말이란 말이냐! 부터 시작해서, 기업 윤리를 상실한 웡커, 그리고 아닌척하면서 인생역전에 목매다는 찰리 버킷까지..... 성인이 되어버린 내게 뭐가 이렇게 삐딱하게 보이는 것이 많은지 원...
순수함을 잃은건지, 심사가 빌빌 꼬여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젠장! 내가 이렇게 시니컬해진것도 다 팀 버튼 당신 때문이라고~ 책임져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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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면에서 종합적인

아이돌 섹스(Stratosphere Girl, 2004)

Etc.../movie | 2006. 2. 3. 05:14
Posted by oveRock
직역하자면 성층권 소녀쯤 되는(영화중 Stratosphere girl이라는 말이 한번 나오는데, 앞뒤문맥상으로 봤을 때 '하늘에서 온 소녀'라는 말이 더 적합할것같다) 이 영화는, 불행히도 우리나라에 '아이돌 섹스'라는 제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대체 국내 배급사는 무슨 억한 심정으로 이 영화에 나가요급 제목을 붙여줬을까? @.@

영화의 줄거리는 대충 다음과 같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안젤라.<br />공부에는 도통 관심도 없고 겁대가리조차 상실한 날라리 소녀다.


졸업파티에서 DJ 야마모토를 보고는 삘 꽂힌다.<br />별로 잘 생기지도 않았는데, 취향 참 특이하다.


야마모토의 소개로 일본으로 건너가 호스티스질이다.<br />영계 만난 남자들 껄떡거리는게 포인트


그러다가 우연히 방문한 경찰서에서 실종 포스터를 발견하고....<br />숙소 냉장고에 걸린 사진 속의 인물과 동일인물임을 알아챈다


그때부터 실종녀 '라리사'의 흔적을 쫓아 삼만리.<br />까지긴 했어도 그림은 허벌 잘그린다.


계속되는 추적 끝에 이 느끼한 남자가 수상하다는 심증을 포착.<br />이정도면 중년탐정 김정일 부럽지 않다


점점 드러나는 진실.... 모든 흔적은 스케치되어 한두장씩 쌓여간다.


야마모토와의 재회... 그리고 베드씬.<br />제목만 보고 낚인 사람들에게 그나마 위안을 준다.



안젤라의 스케치와 현실이 오버랩되는 기법은 독특하면서도 나름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다. 또한 색감이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퇴폐적이랄까... 일본의 밤문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그런 퇴폐적인 문화에 대한 곁다리가 너무 많다고 해야 하나...? 이런 저런 장면들이 가끔은 영화의 구심점을 흐려놓는 경우가 있다. 이쯤되면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과 함께 정신이 살짝 혼미해지곤 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의 설득력은 상당히 떨어진다. 초반의 여객기 씬이나 호스티스 언니들의 알력 등, 후반부의 반전에 대한 복선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그래서 보통 이런 류의 영화는 2번씩 보면 이해가 되더라고 -ㅁ-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탈100단식의 전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김빠지게 하는 충분조건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 가장 큰 에러는, 올해 열여덟쯤 된 가시내가 겁대가리 없이 사건을 파헤쳐본다고 호랑이굴로 성큼성큼 들어가는 과정에서 일말의 고민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자신이 스케치한 일러스트들이 사건 해결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저 순진함은 아직 고삐리 티를 못 벗어나서 그런건지 아니면 뇌가 없어서 그런건지 의문이 들게끔 한다. 뭐, 어차피 만화속 인물이니까 그런 게 가능하다고 우긴다면 할 말 없지만....

그래도 히로인 슴가가 크면 모든게 용서된다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는 것도 괜찮겠다. 주연인 클로에 빈클의 나이가 몇 살인지 정확히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영계라고 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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