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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3.07 | 디지털 포토 (3)
  2. 2004.05.21 |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

디지털 포토

Foto/serious amateur | 2006. 3. 7. 16:16
Posted by oveRock
1. 사진의 역사
나는 사진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역사쪽은 워낙 젬병이라 사진의 역사에 대해 거창하게 줄줄줄 늘어놓을 자신은 없다.
사진기와 사진가의 역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싶으면 여기를 추천한다. 디자인은 좀 구식이긴 해도 정말 배울 만한 것이 많은 좋은 사이트라고 본다.

현재 사진기의 원형이 된 도구는 원래 회화를 위해 고안되었다고 한다. 반투명한 막에 투영된 영상을 따라 그리는 식이었던 것이다. 이후 은염을 이용해 풍경을 정착시킬 수 있게 되면서, 사진이라는 녀석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초기의 사진은 상당히 회화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다. 구도나 계조, 피사체의 표정까지.... 초기의 사진들은 그림인지 사진인지 분간이 안 가는 것들이 많다(자가 현상 및 인화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지만, 당시 은염 감광 및 정착 기술의 차이도 한몫 도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인가 그림인가? (무단링크 출처 : http://photoman.co.kr)


이후에 사진은 더 이상 회화의 한 장르에 속박되기를 거부하고, 점점 자기만의 위치를 정립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진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기존의 사진작가들은 회화스럽지 못한 사실주의적 사진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으니까.... 만약 당시의 몇몇 진보적인 사진가들이 사진만이 갖는 독특한 장점에 대한 고찰을 게을리했다면,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과 같은 걸출한 작가는 태어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

옛날엔 이런건 사진이 아니었다 이말씀~



2. 새로운 도전
이와 같이 19C부터 시작되어온 사진은 지금까지 감성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많이 발전을 이루어 왔지만, 최근에 들어 그 어느때보다 큰 도전과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혁의 중심에는 디지털 촬영이 있다.
초기에만 해도 떨어지는 계조나 화소수의 한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등으로 인해, 디지털카메라가 기존의 은염 카메라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일반인에게는 가격이, 진지한 아마추어(serius amateur)나 프로들에게는 못 미더운 화질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본인이 맨 처음 사용했던 디지털 카메라.<br />2000년 당시 69만원씩이나 하던 물건이다.<br />지금은 15만원내외의 디지털카메라도 이보단 낫다.


하지만 이러한 '옛 것이 좋아'라는 근거없는 신념이 무너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지금은 유명 카메라 메이커들이 속속 은염카메라 생산을 중단하고, 필름회사도 하나둘씩 도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진이 회화로부터 독립한 이래 가장 큰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3.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충돌
이러한 디지털 포토그라피의 도래는 인터넷의 보급과 더불어 사진에 대한 기본 개념을 흔들어놓고 있다. 싸x월드나 블로그 등과 같은 1인 미디어에는 끊임없이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본 개인의 몰래카메라들이 업데이트된다. 예전엔 필름이 아까워서라도 감히 찍지 못했던 사진 - 오늘 내가 먹은 점심 메뉴나 여자친구에게 선물받은 휴대폰 장식고리등 - 들이 거리낌없이 올라온 세상이 된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비단 '추억을 위한 사진'을 추구하는 일반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진지한 아마추어들은 더이상 자신만의 출사지를 숨기는 데만 급급해하지 않는다. 나홀로 사진기와 삼각대를 들고 마치 사색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뷰파인더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이 종래 사진 작가의 이미지라면, 지금은 너도나도 단체출사모임등을 결성하여 우르르 떼지어 다니는 모습이 더 익숙하달까? 게다가 더이상 잘못된 한 장의 사진이 필름 한 컷의 손실로 이어지지 않는 지금은, 자신이 원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셔터를 끊는 작업에 더이상 인색하지 않는다(브라켓과는 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니,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이제는 차 따는 곳이라기보다는 사진찍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에 대한 종래의 사진 애호가들의 반응은,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냉담한 편이다. 사람들은 더이상 고민을 하지 않고 셔터를 누르고, 인터넷 1인 미디어에는 사진을 빙자한 쓰레기들이 마구 뒹군다. 잘 찍은 사진을 보고 어떤 부분이 훌륭한 것인지는 모른 채 무작정 그 사진을 카피한다. 어느새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그들의 장비를 늘어놓고 자랑하거나, 어떡하면 더 비싼 장비를 구입할까 하는 고민에 카드한도가 철철 넘치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냉소가 진심어린 걱정인지, 사진이 대중화되는 것에 대한 질시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겠다.

나는 이미 사진이 두 갈래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두 계층 사이의 수준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마치 초기의 사진이 회화의 한 장르이기를 거부했던 것처럼, 디지털 포토는 포토그래피의 한 장르로서 머물기를 거부한다고 본다. 디지털 장비로 종래의 사진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디지털 포토가 기존의 사진 개념을 따라가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4. 은염 카메라는 사형 선고를 받았나
작금의 거대한 디지털 물결은 강력하고, 또한 피할 수 없다. 이는 현대의 디지털 포토그래퍼를 비난하는 보수주의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미 스튜디오 사진이나 광고 사진, 보도 사진에 있어서는 디지털 카메라가 은염 카메라를 밀어낸 지 오래이다. 또한 풍경이나 인물사진 등, 소위 '작품 사진'이라는 통칭이 더 친숙한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유져라도 디지털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기는 드물게 되었다. 그렇다면, 종래의 은염 카메라는 백악기의 공룡과도 같이 멸종당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일까?

본인의 생각을 말하라고 한다면, 글쎄... 그 정확한 시기는 예측할 수 없지만 아마 그럴 것이라고 본다.
혹자는 말한다. 아직까지는 디지털 카메라가 은염 카메라의 입상이나 계조 등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아직까지는'이라는 조건이 달려있는 셈이다.
이미 35mm 카메라의 필름 크기에 1:1 대응하는 CCD를 탑재한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고 있을뿐더러, 아직은 다소 미흡하지만 유명한 필름의 계조나 입상, 선예도를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카메라도 나오고 있는 세상이다. 또한 핫셀블라드와 같은 업체에서는 중형카메라 렌즈군에 대응하는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고 있으니, 중형카메라의 필름 면적에 1:1대응하는 카메라를 구경하게 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며 디지털 카메라는 더욱 더 아날로그스러운 사진을 뽑아내게 될 것이다.

코닥의 하이-엔드 디카 DCS Pro SLR/n<br />코닥의 인기 필름을 시뮬레이션도 한다(덜덜덜)


다만, 여전히 감성적인 취미를 목적으로 하는 소수의 유져를 통해, 은염카메라가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아직도 필름카메라를 고집하는 것은 화질 때문인가?'
'물론 은염카메라가 제겐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제가 디지털카메라로는 표현할 수 없을만큼 고상한 사진을 찍는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불편한 필름카메라를 고집하는가?'

'사진은 감성을 찍는 것이니까요...
제가 만약 디지털카메라 대신 은염카메라로 한 롤의 사진을 찍는다면, 셔터를 조심스레 누르는 순간부터 현상소에서 인화물을 받을 때까지 똑같은 희열과 스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아직 내 책상 한켠에 있는 라이트박스. 사진을 <s>발로</s>폰카로 찍어서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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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eith 2006.05.23 0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낚시꾼이 죽었다. 깨어나자 눈앞엔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었다. 두 손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낚싯대가 들려 있었다. 들뜬 마음에 곧장 낚시바늘에 고기 밥을 꿰어 강물에 던졌다. 순식간에 길이 20인치의 완벽한 갈색 송어를 낚아 올렸다. 그는 탄성을 질렀다.
    "내가 천국에 와 있구나!"
    그는 다시 낚싯대를 강물에 던졌다. 똑같은 갈색 송어가 잡혔다.
    던질 때마다 완벽한 최상의 고기가 걸려들었다. 우리들의 낚시꾼은 결국 그가 있는 곳이 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새로운 기술을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최신 기술이고 일을 쉽고 빠르게 처리한다고 해서 거기에만 푹 빠져 매몰되지 말고 그저 도구로만 사용하라는 얘기이다

    -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ps. 너도 지금쯤 한번 읽어봤을 책이지만~ ^^

  2. keith 2006.05.23 0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디지털을 쓰면서도 필름같은 신중함으로 셔터를 누르고 싶다
    내년쯤에는 내 손에 S3Pro 나 S4Pro 가 들려있을지도 모르겠다 ㅎ
    아무래도 행사사진에서는 디지털이 압권이지
    취미로 찍어줄때는 잘나오면 좋고 못나와도 그만이지만(나혼자 보고 조용히 찢어버리면 되니 ㅋ) '무조건 잘나와야 되는' 행사사진이라면 답은 디지털 하나뿐이다. 더구나 교회 같은 실내는 어두운만큼~

    • Favicon of http://www.overock.com BlogIcon oveRock 2006.05.23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변명일 뿐이오 :)
      스포츠 사진을 필름으로 고집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스튜디오 사진을 디카로 찍는 사람도 있는법.
      '어쩔 수 없어서 쓴다'라는 표현은 어폐가 있지.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

Foto/serious amateur | 2004. 5. 21. 13:39
Posted by oveRock

2002년 월드컵, 프랑스-우루과이전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은 전설적인 찍새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으로 인해 유명해진 키워드이다. 어떠한 극적 상황이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해 내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사진관은 candid photo의 표본이 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야~ 정말 순간 포착을 잘 했군!'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사진을 접할 수 있었을텐데, 대충 그게 결정적 순간의 카테고리에 포함된다고 보면 무방하다(물론 제대로된 정의는 아니지만...).

브레송의 그것과 언뜻 비슷하지만, 내가 극도로 혐오하는 두 부류의 사진이 있다. 하나는 lomography(이것도 사진이라 친다면)이며, 또 하나는 아무렇게나 찍은 흑백 사진이다. '결정적 순간'이 1% 모자란 구도 속에서 그 모자란 1%를 채워주는 오브제가 등장하는 순간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치이타라면, 이 두가지 부류는 쓰레기 더미에서 뭔가 쓸만한 녀석이 없나 찾아내는 하이에나에 속한다. 둘은 언뜻 닮았지만 실상은 무척 다른 것이다. 제멋대로 셔터를 꾹꾹 누른 다음에 넘쳐나는 인화지 가운데서 그나마 양호한 녀석을 고르는 것은 자신의 수준을 창녀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촬영자가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candid photo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기본적인 스킬을 습득한 과정에서 스킬을 초월하는 것과, 스킬을 모르기 때문에 스킬에 연연하지 않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스킬이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는 데 하등의 모자람이 없게 된다면, 그동안 소홀했던 서브 바디를 들고 '결정적 순간'에 한번쯤 도전해보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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